일상

[코로나 확진일기] 용인 생활치료센터 격리

제이허밍 2022. 4. 6. 23:59

일일 코로나 확진자가 30만명까지 증가하며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던 지난 3월.

주변에 확진자가 많지 않았기에 30만명까지 웃돌때에도 코로나는 남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코로나는 나의 발목을 잡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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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이 처음 시작된 건 2022년 3월 24일 목요일.

퇴사 후 잠시 단기직으로 물류센터 알바를 했는데, 이 날 오후에는 소방훈련이 있었다.

소방 훈련하면서 밖으로 대피하여 20여분간 앉아서 대기했는데 날씨가 쌀쌀해서 그런지 

퇴근하는 버스에서는 목이 칼칼하고 간질간질한 증세가 보였다. 쉬면 낫겠지 싶어서

다음 날 근무를 취소하고 저녁 먹고 누웠는데 일어났더니 목이 아예 잠겨버렸다.

둘째 날 부터는 기침 증상이 시작되었다.

 

추운 야외에 있어서 감기 걸린거라 생각해서 집에 타이레놀과 테라플루가 있어서 챙겨먹었는데

시간이 가면 갈 수록 증세가 심해졌다. 혹시 코로나인가 싶어서 자가키트로 검사했더니 음성이 나왔다.

 

 

증상발현 셋째날.

아침에는 침 삼키는데 목에서 불이 났다.

아침 일찍 이비인후과 가서 진료 접수하는데,

진료를 위해서는 자가항원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어찌나 깊게 푹 찔러 넣으시는지.. 너무 아팠다. 결과는 양성.

양성이라니.. 진하게 나온 한 줄과 미세하게 나온 한 줄.

'두 줄'의 결과를 보고 머릿속이 멍해졌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병원에서 자가항원으로 양성 나오면 바로 보건소에 결과 전송되어

따로 PCR 검사 받을 필요없이 직후부터 격리 시작된다고 하셨다.

약만 받고 바로 집에 들어가서 격리하라고 하셨는데 (양성 결과 나와도 자가항원검사비는 발생하지만, 약은 무료),

집 앞 보건소에 들러서 격리 안내문 보여드리고 다시 한번 PCR 검사했다.

점심 시간대라 그런지 대기줄이 없어서 검사 바로 받았다.

이번에도 역시 양쪽 코, 목구멍. 병원보다 덜 아팠다.

 

* 보건소에서는 자가키트 양성, 우선순위 대상자, 60세 이상은 PCR 검사 바로 하고

그 외 일반인은 자가항원검사 진행 후 대기하고 양성자에 한해 PCR 진행중이다.

새로 발표한 뉴스에 의하면 4월 11일 부터는 보건소에서 더이상 자가항원검사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밀접접촉자 아닌 일반인은 자가항원 검사되는 병원가서 진행해야 한다.

 

* 자가항원 검사는 결과가 당일에 나왔지만, PCR 검사 결과는 익일 아침에 나와서 격리 기간이 상이한지 궁금했는데

둘 다 검사일로부터 7일로 격리 기간이 같았다. 

 

 

3월 27~28일 일~월요일 - 자가격리 2~3일차

다음 날 검사 결과도 역시 양성 나왔다. 아빠는 일요일에 검사 받으셨는데, 다행히도 음성 나왔다.

보건소 선별검사소가 일요일에도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는데, 주말 반납하고 헌신하시는 의료진분들 정말 대단하시다.

지역별로 편차가 있겠지만, 의왕 보건소 직원 분들께서 연락을 많이 주셔서 도움 많이 받았다.

 

 

격리 문자 주신 후에 안내차 한번 연락 주시고, 동선 확인하시는 직원 분(?)께서 한번 더 주셔서 약은 받았는지, 주의사항들을 알려주셨다. 생활지원금 신청 관련해서도 안내 전화를 주셨다. 집에서 자가격리가 어려운 상황이기에 혹시 생활치료센터 지원받을 수 있는지 추가로 여쭤봤는데, 해당 부서의 번호를 알려주셔서 평일인 다음날(월요일)에 요청드렸다. 요새 확진자가 넘쳐나다보니 병원도 시설에도 자리가 없을까봐 걱정했는데, 감사하게도 다행이 얼마 지나지 않아 연락 바로 주셔서 익일 오후에 용인 생활치료센터로 이송해주신다고 안내해주셨다.

 

 

3월 29일 화요일 - 자가격리 4일차, 입소

목이 정말 쓰라렸는데 다행히 올레아 올리렉스 먹으니 기침이 조금 멎었다. 오미크론에 스트랩실이 효과가 좋다는 말에 아빠께 부탁 드렸는데 스트랩실 품절되었다며 비슷한걸로 사다주셨다. 비단 소염제 성분이 있는 사탕이 아닌 일반 사탕도 효과가 빨아먹으면 기침이 좀 멎는 느낌이 든다.

 

오전에는 생활치료센터 의료팀에서 전화와서 약국에서 처방받은 약을 가져갈 수 있는지 여쭤봤다. 생활치료소에서 약을 주셔서 가져올 필요는 없는데, 처방받은 약들 찍어서 보내드리니 겹치는 약도 있다고 가져와도 된다고 하셔서 챙겼다.  먹고있는 마그네슘도 같이 챙기고, 밀린 집안일 부랴부랴 끝내고.. 퇴소할 때 옷을 다 버린다고 안내문에 나와서 최대한 버려도 되는 츄리닝과 슬리퍼를 신고 나왔다. 공무수행 중인 까만 승합차로 이동했는데, 다른 동네 들러서 한 분 더 픽업하신 후 용인 생활치료센터(한화 라이프파크 연수원)에 도착했다. 무증상이신지 기침을 하지 않으셔서 부러웠다.

 

 

 

 

생활치료소에 다른 대기자 분은 안 계셔서 도착 후 바로 엑스레이 촬영 후, 체온계, 혈압/맥박 측정기, 산소포화도 측정기 사용법 안내받고 의사분께 가지고 온 약과 정신건강 상태 체크 후에 방으로 이동했다. 체온은 37도로 조금 높게 나왔는데, 어지러운 증상은 없냐면서 체온이 높으면 그럴수도 있다고 하셨다. 물은 1.5L 6통을 받았지만 식사때마다 500ml 생수가 같이 나온다. 

 

방은 2인 1실이지만 혼자서 생활했다. 함께 생활하신 분의 후기도 있었는데, 여성 입소자가 없었나보다.

처음에는 누가 들어오게 될까 기대했었는데, 다른 분이 계시면 내 기침소리에 편히 지내시기 힘드실 것 같다.

저녁은 4시 반쯤 나왔다. 밥이 잘 나온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샐러드도 맛있고 치킨볼이 맛있었다.

(아침은 6시 40분 전후, 점심은 11시 40분 전후, 저녁은 4시 40분쯤 배식할 예정이오니 돌아다니지 말라고나온다)

 

 

 

쓰레기봉투, 마스크, 휴지, 빗, 샴푸린스, 비누, 빨래비누, 칫솔치약, 면도기, 소독티슈, 슬리퍼.

왠만한 생필품은 다 나온다.

 

 

집에서 챙겨온 생활복과 칫솔, 수건, 냉/온열안대, 과자, 코로나 처방받은 약, 목캔디.

오미크론(목감기 증상)에는 목캔디나 신맛 사탕을 녹여먹는게 효과적이다.

 

 

* 이중 밀봉한 퇴소복과 신발을 챙길까 말까 하다가 혹시 몰라서 안 챙겨왔는데 택배가 아닌 입소할 때 챙겨와도 된다. 음식물은 상하는 음식은 안 된다고 하셨는데, 과자 정도는 가져와도 되는 것 같다. 사탕이나 잔뜩 챙겨올걸..  

 

* 원래는 이 날 강릉 여행가려고 미리 예약한 호텔이 있어서 전화 걸어서 취소 요청했다. 코로나로 인해 취소/환불이 안 되는 곳들도 많은지 소비자보호원으로 항의 접수 많이 접수된다는 말이 있어서, 당일 취소라서 예약 취소가 안 되면 호텔 양도를 해야하나, 양도가 안 되면 아깝게 버리는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코로나 확진되었다고 하니까 예약자 확진 문자 확인 후에 바로 취소해주셨다. 이용권으로 예약한거라 환불은 아니고 취소인데, 환불이면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3월 30일 수요일 - 자가격리 5일차, 생치소 2일차

아침 식사가 정말 빨리 나왔다. 6시 반에 아침이라니..

메뉴는 소보루 빵, 유부초밥, 바나나. 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이 나왔다.

라벨이 없는 유산균 요쿠르트가 나와서 신기했다.

 

 

 

점심, 저녁은 입맛이 없어서 제대로 먹지 못했다.

분명히 밥은 맛있는데, 맛있는 메뉴로 잘 나오는데 그다지 땡기지 않았다.

오기 전(코로나 걸리기 전)에는 저녁에 고기도 먹고 엄청 잘 먹었는데, 식욕저하도 코로나 증상 중 하나인가?

그래도 나으려면 잘 먹어야 한다.

 

 

증상은 아직까지는 기침이 심하지만 그래도 침 삼킬 때 목이 따가운 증세는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주말에는 진짜 목에서 불 뿜는 줄 알았는데.. 그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기침이 심하게 나와서

아침에 약을 신청해서 더 받았다.

 

 

 

3월 31일 목요일 - 자가격리 6일차, 생치소 3일차

생활치료센터에서는 매일 아침 8시에 체온, 혈압/맥박, 산소포화도를 잰다.

아침에 체온을 재었는데 37.3도가 나왔다. 평소에는 체온을 잴 때마다 저체온으로 체온이 낮아서

측정이 되지 않거나 35도가 나오는데, 코로나에 걸리고 난 후 37도 아래로 내려가는 일이 적고

37.3도가 나오니까 몸이 정말 아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보다 좀 어지러운 증상도 있었다.

기침은 여전히 낫지 않는다.

 

기침을 많이해서 그런지 아니면 코로나 증상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녁 식사때 음식에서 역한 냄새가 나서 잘 먹지 못하고 의료팀에 요청해서 멀미약을 받았다.

위장이 상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4월 1일 금요일 - 자가격리 7일차, 생치소 5일차

아침 받고 다시 잠들었다가 상태 체크하라는 의료팀 전화받고 일어났는데 기침 증상이 없었다.

드디어???!! 갑자기??!!! 바이러스가 몸에서 사라진건가 싶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 코로나도 끝나는구나!

그런데, 무슨..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기침이 시작됬다. 어제 그렇게 기침이 심했는데 그리 쉽게 떨어질리가..

기침을 많이 하니까 점점 지치는데, 기침이 떨어지지 않고 꼭 달라붙어 있어서 지겹기도 하다.

다들 이런 심정이려나.. 그냥 그러려니 한다.

 

오미크론은 왜 하필이면 목감기일까?

목감기가 아닌 코감기라면 더 좋을텐데.. 그럼 코 훌쩍여야 해서 더 지저분하려나?

기침때문에 이러다 죽는거 아닐까 싶어서 우울해지다가  

후배한테 전화를 받았는데 자기도 코로나에 걸려서 2주 고생했지만 2주가 지나니까

갑자기 증상이 사라졌다며 며칠만 더 힘내라고 했다. 정말 끝나기는 하는 걸까?

그래도 내일은 드디어 퇴소다.

 

 

4월 2일 토요일 - 자가격리 해제, 생치소 6일차

아침에 아침 배부되었다는 방송이 나와서 나갔는데, 문 밖에 아침과 함께 퇴소복과 퇴소 꾸러미가 있었다.

퇴소 꾸러미에도 안내서가 있었는데, 입소할 때 받았던 물건들 생활하면서 썼던 물건들은 모두 버려야 한다.

노트북, 전자기기, 옷을 가져갈 수 있도록 충분한 봉투도 주는데, 이중밀봉해서 타이백으로 묶은 후 비닐 옷 입고, 

체온계, 혈압/맥박 측정기, 산소포화도 기계는 소독 물티슈로 깨끗하게 잘 닦은 후

사진 찍어서 상황실로 문자보내고 준비완료 문자 보내고 통화 후 나왔다.

 

 

 

 

 

 

안녕, 라이프파크.

라이프파크 입구에서 나와서 진행방향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니 버스정류장이 하나 있었다.

근처 용인 한화생명 Life Park 근처 역은 오산역이 가장 가깝다. 버스가 정말... 거의 한시간에 1대 꼴..

버스 정류장에서 다른 확진자분도 기다리고 계셨는데, 버스가 넘 안 와서 픽업 부르셨는지

운좋게 감사하게도 차량을 얻어타고 왔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분은 성남에서 먼 길 오신 분이었다.

코로나 견디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코로나 몸상태에 대해서만 썼는데,

생활치료소에서 지내면서는 앞으로의 방향을 정하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밀린 일들을 했다.

MKYU 멘토링 신청, 구직 사이트 서칭, Adobe 해지, 배민커넥트/쿠팡이츠 해지, 게더타운/제페토 체험, NFT 등록..

평소에 TV를 잘 보는 편은 아니라 TV는 첫 날 이후로는 안 봤는데, 노트북 챙겨온게 정말 신의 한 수였다.

퇴사 후, 다른 일하다가 코로나에 걸려서 스톱되니 무기력함, 우울함, 염세주의(허무주의)도 있었는데

갈 길이 여러 방향이라 아직은 더 고민해야겠지만 뭔가 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조급함이 들어서 뭔가 계속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지?' 하는 생각뿐이다.

코로나 다시는 절대 걸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도. 정말.. 사람 진 빠지게 하는 코로나.

나도 옮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도 옮기지 말아야지. 생활하는 기간 동안 케어해주신 의료진 분들, 감사했습니다.